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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다와 사랑하다
‘사랑하다’는 말보다 더 좋은 낱말은 없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들으면 사람이나 짐승이나 벌레나 푸나무까지도 힘이 솟아나고 삶이 바로잡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랑하는 것이 그만큼 목숨의 바탕이기에 참으로 사랑하면 죽어도 죽음을 뛰어넘어 길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여러 사람들이 삶으로 보여주었다. 세상 모든 사람의 말꽃이나 삶꽃이 예나 이제나 사랑에서 맴돌고, 뛰어난 스승들의 가르침이 하나같이 서로 사랑하라고 부채질하는 까닭이 거기 있다.
‘사랑하다’와 비슷한 말에 ‘괴다’와 ‘귀여워하다’와 ‘좋아하다’가 있다. ‘귀여워하다’는 높은 데서 낮은 데로만 내려주는 마음이고, 내려주는 것으로 끝나기에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아무 거리낌이 없다. ‘좋아하다’는 높낮이 없는 자리에서 서로 주고받는 마음인데, 맞장구치며 주고받을 수 없으면 마음을 다칠 수도 있다. ‘사랑하다’는 본디 높낮이 없는 자리에서 서로 주고받으며 맞장구치지 못하면 마음을 다치는 것에서 좋아하다와 다를 바가 없으나, 좋아하는 것이 마음의 가장자리인 느낌과 생각에 머무는 것과는 달리 사랑하는 것은 몸과 마음과 얼까지 송두리째 주고받는 것이라 그 깊이에서 아주 다르다. ‘괴다’는 높낮이가 서로 다른 자리에서 귀여워하듯이 내려주기만 하는 마음이 아니라 사랑하듯이 주고받는 것이다. 어버이와 아들딸, 스승과 제자, 서낭과 사람 사이에서 서로 마음을 온전히 주고받는 것이지만 요즘에는 ‘사랑하다’에 모두 빼앗기고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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