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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불알꽃
풀꽃이름 가운데서 사람들이 그런 풀이 정말 있을까 하고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으로 ‘개불알꽃’이 있다. 이름은 거칠지만, 실제 모습은 붉은 보랏빛 예쁜 야생란이다. 개불알꽃은 꽃 모양이 마치 음낭처럼 생긴 데서 유래하는데, 사람 것에다 붙이기는 그렇고, 아마 가장 친숙한 개를 들먹인 것 같다. 주머니같이 생긴 것은 마찬가지니, 좀 점잖게 ‘복주머니난’이라고 부르자는 학자도 있지만, 민중에서 일컫는 이름은 역시 개불알꽃이다.
개불알꽃은 풀 전체에서 지린내가 나서 ‘요강꽃’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모양과 냄새를 두루 고려한 본보기가 될 만한 이름이다. 경상도에서는 ‘까마귀오줌통’이라고도 부른다.
영어 이름은 ‘아가씨 슬리퍼’(lady’s slipper), ‘모카신 꽃’(moccasin flower), 별명은 ‘노아의 방주’(Noah’s ark)인데, 우리는 불알로 인지한 것을 서양에서는 신발 또는 최소한의 물건을 넣는 것으로 여긴 것이다.
‘개불알풀’도 있는데, 이는 ‘개불알꽃’과는 전혀 다르다. 봄소식을 전해주는 까치와 같다고 하여 ‘봄까치꽃’으로도 부르는, 푸른 보라색을 띤 어여쁜 야생화다. 개불알풀은 꽃 모양이 아닌, 열매 모양이 개 불알과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고, 한자말로는 ‘땅비단’(地錦)이다.
입에 담기 민망할지라도 인지한 그대로를 용기있게 ‘개불알’로 표현한 것은 ‘복주머니’보다 ‘땅비단’보다 훨씬 담백한 느낌을 준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개불알꽃]
[개불알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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