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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양귀비
우리나라에서 예쁜 여자를 비유할 때 가장 많이 들먹이는 인물이 양귀비일 듯싶다. 그래서 양귀비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이라 하여 꽃이름도 ‘양귀비’라고 붙였다. 다른 이름은 ‘아편꽃’이다. 양귀비와 같게 생겼으나 그보다 작고 가냘픈 꽃으로 ‘개양귀비’가 있다. 양귀비보다 작은 까닭에 ‘애기아편꽃’, 우미인의 무덤에 피었다는 고사가 있어 한자말로는 ‘우미인초’(虞美人草)라고 부른다.
‘개양귀비’는 양귀비보다는 좀 못한 꽃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담긴 이름이다. 곧, ‘개-’라는 앞가지가 붙어 양귀비와 우미인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데, 한자어를 쓰는 사람들의 생각 구조 속에는 비록 같은 시대의 인물이 아닐지라도, 당나라 현종의 비 양귀비가 초나라 항우의 애첩 우미인보다 더 뛰어나다는 인지 층위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가지 ‘개-’는 대체로 본디식물(원형)에 견주어볼 때 “모양이나 품질이 조금 떨어지는” 것에 붙여 쓴다. ‘개나리·개머루·개동백·개여뀌·개연꽃·개싱아 …’들이 이러한 쓰임이다.
최근에 출간된 이수광의 <한국 역사의 미인>이라는 책을 보면, 황진이를 절세미인으로 치고 있는 듯하다. 중국 4대 미인과 고사는 줄줄 꿰면서 우리나라 역사에 나오는 미인은 대부분 생소하게 여기게 된 풍토도 그러려니와, ‘황진이’ 같은 우리 역사의 빼어난 여인 이름을 딴 꽃이 없는 것이 아쉽다. 물론, 얼굴만이 아니라 마음이 더 예뻐야겠지만 ….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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