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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혹
언어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언어는 입말과 글말로 나뉘는데, 그 표현 방식이 다를 뿐 기본적으로 말을 하고 글을 쓰는 목적은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에 있다. 따라서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는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 언어 사용 실태를 살펴보면 상대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한 용어로 말하거나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전문 영역에서 이러한 예가 많이 나타난다.
법원의 경우 일반인들이 서류 한 장 제대로 작성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병원의 경우 무슨 말인지 거의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를 써서 환자들을 당황하게 한다. 언어를 사용하는 목적이 의사소통에 있는데,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거나 글을 썼다면 헛수고를 한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전문 분야의 경계가 많이 사라지면서 일반인들도 전문 용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전문 용어에는 한자어나 외래어가 많은데,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우리말로 순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속 살갗에 주머니처럼 나서 그 안에 단백질이나 지방이 들어 있는 종기’를 가리키는 낱말로 ‘낭종’이 있는데, 의사들은 ‘시스트’(cyst)라고도 한다. 큰사전에는 ‘낭종’만 올라 있고, ‘시스트’는 올라 있지 않다. 그런데 큰사전에는 없지만, 일반인들은 이를 순화한 말로 ‘물혹’이라는 말을 널리 쓰고 있다. 그렇다면 전문 용어를 순화한 것이면서 일반인들이 자주 쓰는 ‘물혹’과 같은 낱말은 큰사전의 올림말로 수록하여 전문가들도 널리 쓰도록 해야 한다. 같은 전문 영역의 전문가들끼리라면 모르되, 일반인과 하는 대화라면 전문 용어를 쉬운 용어로 바꾸어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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