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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요즘 돌아가는 세상을 보면 사람이 참으로 무엇인가 싶다. 어버이를 죽이는 자식이 있더니 자식을 죽이는 어버이까지 나타났다. 돈 몇 푼에 꽃이파리같이 고운 어린이를 서슴없이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이틀에 셋씩이나 생기는 세상이다. 이땅에 사는 사람들이 어쩌다가 이런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참으로 사람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니나 다를까! 국어사전은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이라 한다. 사람이 짐승이라는 소리다.
‘사람’은 ‘살다’와 ‘알다’가 어우러진 낱말이다. 요즘 맞춤법으로 하자면 ‘살다’의 줄기 ‘살’에다 ‘알다’의 줄기 ‘알’을 이름꼴(앎)로 바꾸어서 붙인 셈이다. 그러니까 겉으로는 ‘살+앎’이겠으나, 속으로는 ‘삶+앎’으로 보아야 옳다. 삶을 아는 것이 사람이라는 뜻이다.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고, 어떤 삶이 보람차고 어떤 삶이 헛된지를 알고, 무엇이 값진 삶이며 무엇이 싸구려 삶인지를 아는 것이 사람이라는 말이다.
우리 겨레가 언제부터 스스로를 ‘삶을 아는’ 존재라 여기며 ‘사람’이라 했는지 알 길은 없다. 다만, 한글을 처음 만든 때 이미 ‘사람(람의 `ㅏ'는 한글고어 아래아)’으로 나타나니 그전부터 써 왔음이 틀림없다. 참으로 놀라운 슬기로 마땅한 이름을 붙이지 않았는가! 이만한 이름을 붙인 겨레가 세상에 또 있는지 나는 모른다. 우리가 낱말의 속뜻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제대로 가르치며 사람답게 살기로 힘썼더라면, 오늘같이 막가는 세상을 만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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