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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하다
“아! 훈훈해. 대한민국 만세!” 감동적인 미담을 듣고 난 반응일까? 이는 최근에 장동건과 비가 함께 찍혀 화제가 된 소위 ‘직찍’(직접 찍어 올린 사진)을 보고 여성 누리꾼이 단 댓글이다. ‘미담’ 들은 뒤의 반응이 아니라 잘생긴 ‘미남’을 본 뒤의 반응인 셈이다. 풀이하면 ‘아! 멋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매력 있는 남자들이 있어서 참 좋아!’ 정도가 될 것이다.
본디 ‘훈훈하다’는 “방이 훈훈하다”처럼 날씨가 덥거나 온도가 높을 때, “인간적인 훈훈한 매력”처럼 마음을 부드럽게 녹여주는 따뜻함이 느껴질 때, “음식 냄새가 훈훈하게 풍기다”와 같이 향내가 감돌아 흐뭇할 때 쓴다. 처음에 ‘훈훈하다’와 ‘남자’를 합쳐 줄인 ‘훈남’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는 ‘훈훈하다’의 본뜻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따뜻한 인간적 매력을 풍기는 남자들을 가리켜 ‘훈남’이라 불렀고, 얼굴이 곱상한 ‘꽃미남’과 대립되는 말로 쓰였다. 매력 있는 남성의 기준이 외모에서 성품으로 바뀐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마음이 따뜻한 이가 남자뿐인 것은 아니기에 ‘훈녀’도 생겼고, 본디말이 좀더 잘 드러나는 ‘훈훈남, 훈훈녀’도 함께 유행했다.
그런데 이제 ‘훈훈하다’라는 말은 ‘어떤 면에서 뛰어나다, 어떤 면에서 매력이 있다’라는 뜻의 새말이 되었다. “얼굴이 훈훈하다” “몸매가 훈훈하다”와 같이 쓰인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은 물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기분 좋게 해 주는 사람도 훈훈한 시대가 되었다.
김한샘/국립국어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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