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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지붙이’ 말
‘푸성귀를 다듬을 때에 골라 놓은 겉대’를 ‘우거지’라고 한다. 먹을 게 넘치는 요즘은 무나 배추의 우거지를 버리기도 하지만, 먹을거리가 모자라던 시절에는 더없이 좋은 식료품이었다.
“긴 긴 겨울, 굶기를 밥 먹듯 하며 우거지국으로 가까스로 연명을 해 온 그들이었다.”(문순태, 〈타오르는 강〉)
“어느 곳이나 식량 사정은 딱해. 우리 절에서도 쌀 몇 알을 넣은 우거지죽을 끓여 먹는 형편이니까.”(이병주, 〈지리산〉)
“우거지찌개하고 신김치만 있으면 밥이 마냥 꿀맛 같은 대식가였고 ….”(박완서,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
이 ‘우거지’가 ‘국·찌개’를 끓이거나 ‘죽’을 쑤는 재료로 쓰이면서 ‘우거짓국’, ‘우거지찌개’, ‘우거지탕’, ‘우거지죽’이란 이름이 생겼는데, 국어사전에는 ‘우거지김치’ 정도만 올랐고 다른 음식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음식 재료는 대개 ‘국·탕·찌개·볶음’ 등의 재료가 되므로 관련된 말을 죄다 챙겨서 올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스파게티’나 ‘비프스테이크’ 같은 여러 외래 음식도 국어사전에 올리는 판에 ‘우거짓국, 우거지탕, 우거지죽, 우거지찌개, 우거지부침’ 같은 우리 일상 생활과 관련이 깊고, 많이 쓰이는 낱말들을 사전에 챙겨 올리지 않는 것은 문제다. 비슷한 말인 ‘시래기’의 경우, ‘시래깃국, 시래기나물, 시래기떡, 시래기죽, 시래기지짐이, 시래기찌개’들이 사전에 수록돼 있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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