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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찾은 경북 상주보. 그곳을 보고 60여 명의 순례단이 한결같이 내는 소리다. 처음에는 놀란 소리이고 다음은 신음소리다.
내가 순진했다. 고향 섬진강가에도 보는 있다. 높이 1미터나 될까 싶은 섬진강 보는 농업용수와 모래를 수집하기 위함이다. 물살이 세면 낙차가 생겨 폭포 같은 느낌도 들고 황새나 왜가리가 얕은 물가에 서서 뛰어오르는 고기를 낚아채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언론과 환경단체에서 그렇게 외쳐도 "내 고향 섬진강 '보'보다는 약간 높겠지" 했는데 이건 아니다.
'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상주 사람들'의 김영태씨가 강창교 주변에 대해 설명해 줬다. 상주에서 차로 10분여 거리인 강창교는 낙동강에서 가장 낮은 다리이다. 그만큼 물속과 주변의 모습이 잘 보인다. 교각 옆에 난 수초 사이에는 너구리와 왜가리의 발자국이 선명하다. "습지를 탐사할 때는 동물들의 발자국이 너무 많아 미안할 때가 많았다"는 김씨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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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만 남은 시골 노인들이 모여 체육공원에서 축구를 할까? 참 넓기도 하다. 선글래스를 쓴 경비원들이 불편한 눈으로 쳐다보며 사진을 찍는다. 쳐다보는 나도 불편하다. 왜일까? 삶의 방법이 서로 다른 이유겠지.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어렸을 적 맨눈으로 본 섬진강은 맑음과 탁함, 곡선과 직선, 빠름과 느림, 아름다움과 추함의 생명이 어린 강이다. 세상 모두가 두 가지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게 바로 자연스런 모습이고 말 그대로 자연이다.
상주보 현장에 도착했다. 거대한 콘크리트 교각과 삐쭉삐쭉 솟은 철근들. "저게 '보'일까?"라는 말을 해야 하는 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뿐만이 아니다. 서울에서 온 수유너머N, 생명평화모임,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학생들, 한국예술종합대학 낙동강 순례단 대부분의 모습이다. 엄청난 크기의 철근과 시멘트 교각이 우리를 압도한다.
대한하천학회가 분류한 보와 댐의 규정이다. 보는 작은 수리구조물로서 하천에서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 설치한다. 보를 막으면 농업용수나 생활용수를 취수할 때에 취수구를 보호하기 위하여 보를 설치한다. 보의 특징은 수문이 따로 없고 한쪽 끝이나 중간에 1~2m의 길이로 약간 높이를 낮추어 물이 그쪽으로 흐르도록 설계하여 수문을 만든다. 즉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드는 게 '보'이다.
댐이란 물을 저류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다. 댐의 특징은 물이 새지 않아야 하고 수압을 견딜 수 있도록 구조적으로 안전해야 하며 홍수를 적절하게 배제할 수 있는 방류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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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009년 자료에서는 높이 5~10m는 중소규모 보, 높이 20m이상은 대규모 보라고 하면서 4대강 사업의 보는 5~10m의 중소규모로 운하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어느 것이 됐든 강변의 아름다운 백사장은 사라지게 되어 있다.
보를 설치하면 강은 사라지고 저수지가 된다. 낙동강에는 8개의 보로 8개의 저수지가 새로 만들어져서 하구부터 안동댐까지 334㎞ 구간은 모두 호수로 연결된다. 수위는 상승되고 주변의 지하수위가 높아지고 수질이 나빠질 것은 당연지사다. 고인물은 썩게 마련이다. 부유조류가 발생해 부영양화가 나타난다. 수표면적이 늘어나 안개가 빈번해지고 농작물 수확은 감소할 게 뻔하다.
현재 상주보 주변의 농민들에게는 3년간의 수확량을 계산해 보상이 이뤄졌단다.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일단의 농민들은 소득이 얼마 안 되는 농사보다는 보상금을 반긴다는 소식이다. 찬성과 반대로 갈린 시골인심은 서로를 경계하며 흉흉해졌다.
상주보 조감도만 보면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다.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서는 홍수시에 하천이 범람할 것을 우려해 가동보를 설치했다. 가동보란 물이 부족할 때는 승강식 수문을 닫고 홍수시에는 수문을 열어 용수공급과 홍수방지라는 상반된 기능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는 두고 볼 일이다.
순례단은 무거운 발걸음을 끌고 낙동강이 바라보이는 비봉산을 향해 걸었다. 산 정상에 난 자전거 길. 가파른 곳은 자전거가 아니라 걷기도 힘들다. 정상에 올라서니 아름다운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근데 물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중심에 타원형의 묘한 그림이 나타났다.
강과 강 사이에 생긴 섬을 하중섬이라고 부른다. 김씨가 말했다.
"동네사람들은 이 섬을 '오리섬'이라고 불렀어요. 전에는 버드나무를 비롯해 숲이 울창했고, 각종 동식물의 보고였죠. 그런데 생태공원을 만든다고 싹 밀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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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섬이 없어졌으니 낙동강 오리알은 어디서 줍죠?"
그녀의 우스갯소리다.
"학생, 왜 이렇게 조그만 삽으로 땅을 파서 꽃을 심죠?"
"자연이란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거대한 삽질에 반대하기 위해 이렇게 조그만 삽질을 하는 겁니다. 저는 공산당이 정말 싫어요. 그런데 제가 거대한 삽질에 반대한다고 해서 공산당으로 몰아 잡아갈까 겁나요."
청룡사에서 만난 수원대학교 국토미래연구소장 이원영 교수의 말이다.
"이명박씨가 행하는 이 만행이 중단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회룡포에서 신발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 자연의 소리를 들어 보세요."
갈라지고 파헤쳐진 낙동강. 4대강 살리기 운동본부에서는 하천에 토사가 많이 퇴적되어 홍수를 제대로 흘려보내지 못한다며 준설을 하고 있다. 안동댐에서 낙동강 하구둑까지는 323㎞이다. 낙동강에서 준설하려는 4.4억톤은 안동댐에서 낙동강하구둑까지 수심 6m 깊이로 모래를 파내는 셈이다. 강변에 쌓인 모래는 불필요한 퇴적물이 아니고 물을 정화시켜 주는 여과지이고 추억의 장소이며 동식물의 삶의 터전이다.
고기는 잘 때도 눈을 뜨고 잔다고 한다. 절의 추녀 끝에 목어를 달아놓은 것도 고기처럼 항상 깨어 있으라는 의미다. 청룡사 처마 밑에 달린 풍경과 목어가 말없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간혹 바람이 세게 불면 뎅그렁 소리를 낸다. 종소리가 폐부를 찌른다. 뭔가를 들킨 느낌이다.
눈뜬 채 낙동강을 바라보고 있는 청룡사 목어는 인간들에 의해 깨어지고 찢어지는 자연을 보고 눈을 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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