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손(1457-1534)의 본관은 인동이고 자는 자호이다. 성종 16년(1485)에 생원시에 합격하고 문과에 급제하였다. 젊을 때에 얼굴 모양이 돼지 머리와 닮아서 동류들이 그를 '저두'라고 놀렸다. 연산군이 성주 기생을 귀여워하였는데, 하루는 종묘 제사를 마치고, 궁중에 음복을 올릴 적에 돼지 머리를 바쳤다. 성주 기생이 보고 피식 웃자, 연산군이 그 웃는 까닭을 물었다.
"성주에 사는 장순손은 얼굴 모양이 돼지 머리 같아서 사람들이 모두 장저두라고 부릅니다. 그 생각이 나서 웃었던 것입니다" 연산군은 벌컥 화를 냈다. "장순손은 반드시 네 사랑하는 지아비였을 것이다. 속히 '저두(장순손)'를 목베어 바쳐라" 장순손은 그때 벼슬에서 물러나 집에서 쉬고 있었다. 잡아오라는 임금의 명을 받아 길을 떠나 함창 공검지 아래에 이르자 갈림길에서 한 고양이가 길 앞을 뛰어넘었다. 장순손이 자기를 잡아가는 의금부 도사에게 청하였다.
"내가 평소 과거에 응시하러 갈 적에 고양이가 길 앞을 건너가면 반드시 과거시험에 합격하였소. 오늘 또 갈림길에서 고양이를 보았는데, 이 길로 해서 가면 매우 빠른 길이니 이 길로 가겠소" 도사가 그 청을 들어주었다.
이때 선전관이 또 연산군의 명령을 받들고 저두 장순손의 목베는 것을 재촉하기 위한 일로 내려왔는데, 선전관은 큰길로 내려오고, 도사와 장순손은 갈림길로 가서 상주에 이르렀다. 도사가 상주에서 비밀히 중종반정 소식을 듣고 천천히 길을 가서 조령에 이르렀을 때, 이미 중종이 즉위하였다. 장순손은 죽음을 면하고 여러 벼슬을 거쳐 병조 판서까지 되었다. 이후,감안로와 같은 동아리가 되어 대간의 탄핵을 받아 벼슬이 삭탈되었다가 얼마 뒤에 다시 우상에 등용되어 영상에 이르렀다. 시호는 문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