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온(1409-1481)의 본관은 영동이고, 호는 괴애이다. 문과에 합격하여 병조 정랑으로 있었다. 하루는 그가 좌랑 김 아무개에게 말했다.
"내가 관상을 잘 보네. 자네의 관상을 보니 오래 살 관상일세" 김 좌랑이 기뻐하며 말했다. "자세히 이야기해 주십시오" "비법을 함부로 전할 수 있나? 술을 한턱 잘 내면 조금은 일러줄 수가 있지" 기대에 부푼 김 좌랑은 잔치를 차려 병조의 동료들을 초청하고 그 자리에서 김수온에게 다시 청했다. "저의 관상이 오래 살게 생겼다고 했으니, 이제 한 말씀 해주시지요" "선생은 이미 50년을 살았으니 오래 산 것이오. 선생이 얼마를 더 살지는 내가 어떻게 알겠소" 이 소리를 들은 모든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는 남에게 책을 빌려 오면 책장을 떼서 도포 소매에 집어넣고 다니면서 한 장씩 꺼내어 암송하고 혹 잊어버리면 다시 꺼내서 보곤 하였으며 다 외운 뒤에는 모두 버렸다. 신숙주가 아끼는 고문책 한 권이 있었는데 그는 이 책에 책표지를 다시 만들어 애지중지하다가 김수온의 성화에 못 이겨 빌려주게 되었다. 한 달 쯤 뒤에 신숙주가 김수온의 집에 가게 되었는데 신숙주는 그 집 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기가 그토록 아끼던 책이 모두 낱장으로 뜯기어 그 집 벽에 붙어 있었다. 신숙주가 어이가 없어 하며 그에게 사연을 물어 보자 김수온은 태연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