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정(1420-1488)의 본관은 달성이고, 자는 강중, 호는 사가정이다. 아버지는 서미성이고, 어머니는 양촌 권근의 딸이다. 서거정은 6세에 글을 읽고 시를 지었으므로 신동으로 불리었으며 외조부 양촌의 글이 외손에게 전해졌다고 하였다. 세조가 수양대군으로 있을 적에 명나라 사신으로 간 적이 있는데, 이때 서거정은 종사관으로 따라갔다. 압록강을 건너 파사보에서 자게 되었는데 저녁에 서거정의 어머니가 죽었다는 편지를 받게 되었다. 세조는 서거정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하였다. 이때 괴상한 꿈을 꾸고 깜짝 놀라서 일어난 서거정은 땀을 몹시 흘렸다. 사람들이 그 까닭을 묻자 서거정이 말했다.
"달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달은 어머니를 상징한다. 나에게 노모가 계시는데 이렇게 꿈이 좋지 못하니 틀림없이 어머니에게 일이 있을 것이다" "서거정의 효심은 실로 하늘을 감동시키는구나"
수양대군은 감탄하여 서거정을 불러 말하였다.
"편지에 그대의 어머니가 병이 위독하시다고 하니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
서거정은 한강을 건너와서야 그 편지가 어머니의 부고인지 알았다. 세조는 즉위한 이후에 가끔 이 꿈 얘기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