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관(1406-1470)의 본관은 능성이고, 자는 이율이다. 세조 13년(1467)에 영의정이 되었다. 야인 여얼이 자주 국경을 침범하여 세조는 구치관을 정서대장군으로 삼아 방어하게 하였다. 세조는 말했다. "구치관은 나의 만리장성이다" 이때 구치관은 신숙주와 더불어 세조의 신임을 받은 터였다. 신숙주는 영의정으로 있었고, 구치관은 새로 우의정이 되었다. 어느 날 세조는 두 정승을 내전으로 불러 놓고 말했다. "경들에게 내가 질문을 할 테니, 경들은 바른 대답을 해야 한다. 만약 실수하면 벌주를 마셔야 한다" 조금 후에 세조가 신 정승을 불렀다. 신숙주가 대답하자 세조는 "나는 신 정성을 불렀는데, 잘못 대답한 것이다" 하고 신숙주에게 벌주를 먹였다. 또 구 정성을 불렀다. 구치관이 "예"하고 대답하자 세조는 "나는 구 정승을 불렀는데 경이 잘못 대답하였다" 하였다. 이렇게 해서 신 정승과 구 정승은 하루종일 벌주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