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 노인숙
눈부신 저 햇살과 서늘한 나무 그늘
해진 뒤 날개 펴서 어둠 속 펼치려고
알에서 번데기까지 철에 맞춰 허물 벗어
갈라진 잔등에서 하얀 날개 돋아나고
내민 배 벌린 날개 온몸을 요동치며
한여름 꼭 울어야 견딜 쓰라린 울음소리
겹친 두 날개 사이 초록이 비껴가는
뜨거운 짝짓기가 쓸쓸한 한낮이면
씁쓸한 수액이 흐르는 소요산 기슭마다
지잉-맹 지잉-맹 지잉-맹 카타 카타
해 지기 전 한낮을 목청껏 불러놓고
삼생의 짓푸른 원업 땡볕으로 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