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벽 - 경규희
제딴엔 딱버티고 나를 보호한다지만
문틈으로 새어든 바람 살갗 후벼파고
하얗게 질린 적막이 바깥 뛰쳐 나갔다.
풍경도 울지 않는 산 속 아닌 텅빈 절간
부처님 환한 미소 햇살처럼 번져오고
헤매던 영혼 하나가 염주알을 굴린다.
발자국 뒤돌아 보며 앞쪽으로 나가본다
환한 유리창 가 시끄러운 바깥 세상
못 다 푼 수수께끼가 손벽처럼 부딪힌다.
길길이 쌓인 침묵 꽉막힌 바람벽이
품 속에 깊이 묻은 비수의 날 번쩍이며
눈 뜨고 잠꼬대하는 日歷(일역) 위에 꽂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