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동 이야기 - 김순연
굽은 길이 꾸부렁 몸을 틀면서 넘어간다
바다는 산모퉁이 사이로 잠시 숨었다가
은회색 지느러미 키우며 와르르 달려온다.
해안선엔 나지막한 집 몇 채 그려지고
해풍에 펄럭이며 흰 빨래들 말라갈 때
비릿한 살내음 부리며 통통 배가 닿는 곳
거기 조그마한 구멍가게 차려 놓고
바다를 떼어 팔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한 평 사글세방에 광어 도다리도 살고 있다.
적조로 가슴 앓는 물결의 뒤척임을
묵묵히 보고 있는 포구의 저물 무렵
물살에 흔들리는 배 한 척 비망록을 적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