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나리아 - 고홍수
유리 접시의 물 속에서
플라나리아 한 마리가 허리를 잘립니다.
유유히 헤엄치다가
날카로운 면돗날에 둘로 잘리니
바닥에 붙어 꼼짝도 않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죽을 거라고도 하고
머리가 있는 쪽만 살 거라고도 하고
둘 다 살 거라고도 했지만
나는 다시 붙을 거라고 했습니다.
며칠 후 과학실에 가보니
그놈은 두 마리가 되어 꼬무락거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놈을은 본디 한몸인 줄 모르는지
제각기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놀라운 생명력이냐고
선생님은 감탄하셨지만
그런 힘을 가지고도
잃어 버린 반쪽을 찾을 생각도 않는
바보 같은 벌레라
개울 바닥 돌 밑에서
햇빛을 피해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
서로 찾아 헤매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내 마음속으로 따로따로 꿈틀거리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