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 희망 - 오승강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학교에서 있은 일을 생각해 본다.
문 짜는 공장 직공인 내 아버지
늘 하시는 말씀
"문 짜는 공장 차리는 게 내 소원이다. 니 크거던 문 짜는 기술자 되거라."
직업의 종류를 배우는 사회 시간
아이들은 모두 힘차게 장래 희망을 발표했다.
"대통령, 국회의원, 의사, 판사, 간호원......"
나는 머뭇거리며
"문 짜는 기술자." 하고 얼결에 대답했다.
아이들은 모두 웃으며
나를 놀려댔다.
기껏 희망이 그거니?
바보야 바보야 바보야.
그래 문 짜는 사람이면 어떠냐
앞뒤 생각도 없이
높은 사람 되겠다는 사람들보다
문 짜는 사람이 천배 만배 더 낫다.
선생님 말씀에 아이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그 소리 듣고 부끄러워하던 내가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 든다.
그때 왜 나는 당당하지 못했을까?
왜 그랬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깨를 펴고
아이들의 놀림에 부끄러워한 나를
부끄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