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 권오삼
나는 발이지요
구린내가 풍기는 발이지요
노예처럼 끌려 다니며
하루 종일 어두컴컴한 곳에서 일만 하는 발이지요
때로는 바보처럼
우리끼리 밟고 밟히는 발이지요
그러나, 나는
삼천리 방방곡곡을 누빈 대동여지도 김정호 선생의 발
유관순 누나처럼 독립 만세를 외치며 종로 네 거리를 달렸던 발
김좌진 장군이 되어 장백산맥을 바람처럼 달렸던 발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의 발
그러나, 나는
목에다 모든 영광을 걸어 주는
그런 발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