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나무들 - 이준관
무더운 여름철이
우리에겐 가장 바쁜 철이다.
우리는
햇빛을 많이 쌓아 두어야 한다.
빗물을 가득 채워 두어야 한다.
푸른 바람을 빨래처럼
줄줄이 걸어 두어야 한다.
우리를 키우는 흙은
땅에만 있는 게 아니다.
햇빛에도 있다.
하늘에도 있다.
바람에도 있다.
뿌리를 뻗자, 뿌리를 뻗자.
햇빛을 향해
하늘을 향해
바람을 향해,
햇빛이 불덩어리 되어 묻혀 있는 곳까지
뭉게구름에 가려 있는 하늘의 가장 높은 봉우리까지
바람을 만드는
바람의 커다란 풀무가 있는 곳까지,
뿌리를 뻗자, 뿌리를 뻗자.
우리의 온몸은 뿌리로 되어 있다.
뿌리로 뭉쳐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