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 최일환
비 오는 일요일이면
쇠죽 쑨 사랑방
짚일 하시는 아버지 곁에
오래오래 있고 싶었어요.
나 공부하는 걸
어깨너머로 보신 아버지
그자도 모르면서
--- 내가 가르쳐 주랴
큰소리로 좀 읽어 봐라
두툼한 손바닥에
침을 뱉으며
새끼를 꼬시었지요.
나는 책 덮어 놓고
피익 웃으며
--- 아버지 내가 새끼 꼬아 드리죠
아버지 따라서
새끼를 고아 봤어요.
--- 그렇지 뭐든지 해봐야니라
나도 글 좀 배워야지
아버지는 내 책을 다시 펴
한 자 두 자 짚으시고
나는 한 발 두 발
새끼를 꽈보고.
비 오는 일요일이면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더욱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