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 되던 날의 교실 - 신현득
그 소식을 듣고부터
필통 안 컴퍼스가
그냥 있는 게 아니었다.
연필도
제가 필통을 열고
나오는 것이었다.
교실은
책상들까지
덜컥거리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이제
우리 나라 지도를 다 그리고
신의주 가는 찻길을 그려 놓고,
백두산까지 달리는 바람이
구름 밀고 가는 걸
내다보았다.
뒷벽 그림 속의 꼬마들도
그 바람에
모두 튀어나와
떠들며 뛰어다니는 것이었다.
도무지
그림 속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는다.
--- 통일이 됐다.
나누어져 있기 싫어
통일이 됐다.
교실 귀퉁이서
지구본이 돌면서 떠들어 댄다.
--- 이제부터 더 열심히
조약돌은 조약돌 노릇을 하고
소나무는 열심히
산에 서서 푸르고
그럼 컴퍼스도
그만 필통 안 네 자리에
들어가거라.
선생님은
조용히 타이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