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눈 제해만 시, 양혜원 그림 파릇파릇 새싹 돋는 날 봄눈 내렸다. 몰래몰래 내리려다 밭고랑에 빠졌다. 속수무책인 것이 시간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객석을 압도하던 배우도 언젠가는, 봄날 대지에 샘솟는 기운처럼 싱싱한 어린 배우들의 배경이 되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걸 거역해 보고 싶은 게 또 사람 마음이다. 무대 한가운데로 몰래몰래 얼굴을 내밀다 아차, 대사를 놓친 왕년의 주연배우! 세상은 그의 실수조차 눈여겨보지 않으니, 더욱 안타까운 노릇이다. 아니, 그게 또한 어떤 전환기에나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장면 아니겠는가. 봄기운에 녹아드는 눈의 따뜻한 감촉! 박덕규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