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걷지요
-유미희 시, 민경순 그림
달빛은 알지요,
두고 가기 싫어하는
강물 마음.
강물도 다 알지요,
함께 가고 싶어 하는
달빛 마음.
그래서
달빛은 강물을 데리고
강물은 달빛을 데리고
굽이굽이
같이 걷지요.
내 비록 이만한 것을 얻었지만, 네가 곁에 없었으면 얼마나 쓸쓸할까.
나 지금 변변하게 내세울 것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그동안 너와 함
께한 시간이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견뎌올 수도 없었을 거야. 이렇듯,
인생에는 좋은 동반자가 필요한 거지.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어.
친구, 애인, 그리고 나와 함께해 주는 그 모든 '너'가 바로 '나'일 수 있
다는 사실. '나' 아닌 다른 모든 것도 스스로는 모두 '나'라는 사실. '나'
와 '너'가 서로 조응하며 살아야 할 까닭은 이토록 명백한 것. 이걸 모
르고, 평생 자기 편드는 사람만 찾아 편하게 살겠다는 사람들의 모습이라니!
박덕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