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학교
-하청호 시, 정지예 그림
내가 처음 다닌 학교는
칠판도 없고
숙제도 없고
벌도 없는
조그만 학교였다.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쳐도
걱정이 없는
늘 포근한 학교였다.
나는
내가 살아가면서
마음 깊이 새겨 두어야 할
귀한 것들을
이 조그만 학교에서 배웠다.
무릎학교
내가 처음 다닌 학교는
어머니의 무릎
오직 사랑만이 있는
무릎학교였다.
칠판도 없고 숙제도 없고 벌도 없는 그런 학교가 있다니!
믿지 못하시겠지만, 잔뜩 기대하고 읊어봄직한 시가 아닐까요?
그 학교가 결국은 ‘어머니의 무릎’인 것이 좀 실망스러우신가요?
무릎학교, 하고 다시 말하면서 눈을 감아보세요.
사랑이 밥이고 책이고 운동장인 그곳에 내가 있고,
포근한 기운이 몸을 감싸게 되는 걸 느낄 테지요.
음식을 먹을 때는 꼭꼭 씹어 먹고,
책을 읽을 때는 또박또박 소리내어 읽으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박덕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