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 뿔
-강소천 시, 강정선 그림
사슴아, 사슴아!
네 뿔은 언제 싹이 트니?
사슴아, 사슴아!
네 뿔은 언제 꽃이 피니?
잘 자란 나무 몇 가지를 이고 있는 듯한 동물. 그 나무에서 새로 싹이 트고, 마침내 꽃이 필 것만 같지.
단지 생김새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는 게 아닐 거야. 차라리 나무가 되고 꽃이 되고 숲이 되는 게 더
자연스러운, 마치 식물나라 백성 같은 표정이 있기 때문일 거야. 아이들 마음으로는 그걸 아는 거지.
약육강식의 밀림을 헤쳐 나가기에는 힘겨운, 너무 순한 심성을 가진 존재라는 걸 아는 거지. 그 마음
착하게 착하게 보듬어 주려는 아이의 심정이, 나무와 한 몸이 되는 사슴의 신비로운 형상을 단번에
그려내는 거지.
<박덕규 작가·단국대 교수>
<박덕규 작가·단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