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낙원(失樂園) - 밀턴
인간이 태초에 하느님을 거역하고 금단의 나무 열매 맛보아
그 치명적인 맛 때문에 죽음과 온갖 재앙이 세상에 들어와
에덴을 잃었더니, 한층 위대한 한 분이
우리를 구원하여 낙원을 회복하게 되었나니,
노래하라 이것을, 천상의 뮤즈여. 오렙의
또는 시나이의 호젓한 산정(山頂)에서,
저 목자에게 영감(靈感) 주어 혼돈에서 태초에 천지가
어떻게 솟아났는가를 처음 선민(選民)에게
가르치게 하신 그대, 혹시 시온의 산과
신전(神殿) 가까이 흐르는 실로아의 시냇가
더욱 즐거우시거든, 게서 내 청하노니
나의 모험스런 노래를 도우시라.
아오니아 산 위로 가장 높이
산문에서나 시에서나 일찍이 시도되지 않은 것을
좇아 날아오르려는 내 노래를.
더욱이 그대, 아, 영(靈)이여, 어떤 성당보다도
바르고 깨끗한 마음을 좋아하시는 그대여,
나를 가르치시라, 그대 아시니. 그대는
맨 처음부터 계셨고, 힘센 날개 펼쳐
비둘기처럼 대심연(大深淵)을 품고 앉아
이를 잉태케 하셨어라. 내 속의 어둠을
빛내시고, 낮은 것을 높이고 떠받드시라.
이 크나큰 시제(詩題)가 뜻하는 높이까지
영원의 섭리를 내가 증명하여 인류에 대한
하느님의 길이 옳음을 밝힐 수 있도록,
말하시라 먼저, 하늘도, 지옥의 깊은 땅도
그대의 눈에 숨기는 것 없으니, 말하시라 먼저,
무슨 까닭에 우리 조상은 마음이 움직여 그 행복하고
하늘의 은총 깊은 자리에서 창조주를 버리고,
단 한 가지 금제(禁制)한다 해서 신의(神意)를 범했는가?
그렇지 않으면 세상의 군주였을 것을.
처음에 그 악의 배반으로 꾄 것은 누군가?
지옥의 뱀이다. 그놈이 교만하여
그의 모든 반역 천사 무리들과 함께
하늘에서 쫓겨났을 때, 질투와 복수심에 불타
인류의 어머니를 속인 것이다.
그는 그 천사들의 도움으로
반역하기만 하면, 동료 이상의 영광을 얻고,
지고(至高)하신 분과 동등해지리라.
믿고, 야망을 품고
하느님의 보좌와 주권에 대하여
불경스런 전쟁, 교만한 싸움을 하늘에서
헛되이 일으켰어라. 그러나 전능하신 하느님은
감히 당신께 싸움을 걸어 온
그를 불붙여 무서운 타락과 파멸을
가하여 청화천(淸火天)으로부터 바닥 없는
지옥으로 거꾸로 내던지셨다. 거기에서
금강(金剛)의 쇠사슬과 겁화(劫火) 속에 살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