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없다면 - 미겔 에르난데스
그대의 눈이 없다면 내 눈은 눈이 아닙니다
외로운 두 개의 개미집일 따름입니다
그대의 손이 없다면 내 손은
다만 고약한 가시다발일 뿐입니다
달콤한 종소리로 나를 가득 채우는
그대의 붉은 입술이 없다면
내 입술도 없습니다
그대가 없다면 나의 마음은
엉겅퀴 우거지고 회향잎마저 시드는
고난의 길입니다
그대 음성이 들리지 않는 내 귀는
어찌 될까요?
그대의 별이 없다면
나는 어느 곳을 향해 떠돌까요?
그대의 대꾸 없음에
내 목소리는 자꾸 약해집니다
바람결에 묻어오는 그대의 냅새를 좇아
잊혀진 그대의 흔적을 더듬어 봅니다
사랑은 그대에게서 시작되어
나에게서 끝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