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야기 - D.H.로렌스
어제 들판은 오직 흩어지는 눈발로 희부였더니
지금은 가장 긴 풀잎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깊은 발자욱은
눈을 덮고 흰 언덕 끝 솔밭을 향해 걸어갔구나.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안개의 엷은 휘장이 검은 숲과 희미한 유자빛 하늘을 가렸기에
그러나 그녀가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초조하고 차갑게, 흐느낌 같은 것이 싸늘한 한숨에 스며들면서
피할 수 없는 이별이 더욱 가까워질 뿐임을 정녕 알면서도
왜 그녀는 그렇게 선뜻 오고 마는 걸까.
언덕길은 험하고 내 걸음은 더디다.
내가 할 말을 알면서도
왜 그녀는 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