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 사워도 산 전망대에서'-게리 스나이더, 강옥구 옮김
저 아래 골짜기 자욱한 연기
닷새 동안 장마 뒤, 무더위 사흘
전나무 솔방울 송진은 빛나고
바위와 초원 너머
파리떼
옛날에 읽었던 것들 생각나지 않고
몇 안 되는 친구들, 모두 도시에 있네
양철 컵으로 차디찬 눈 마시며
높고 고요한 대기 안에서
저 아래를 굽어본다
몇 안 되는 내 친구들은 모두 시골에 있다. 지리산.덕유산.청송.화성.강화도.남양주…. 도시에 있는 친구들은 긴장을 풀지 못한다. 5분대기조처럼 구두를 신고 잘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출동하고, 또 호출해야 한다. 두 손을 모아 눈 퍼먹던 때가 있었다. 너무 하얘서 푸른 기가 돌던 풍경. 시린 고요 안에 들어 있던 적이 있었다. 자유로.통일로를 타고 오래된 거대 도시와 신도시를 오가지만, 자유는 멀고 내 안의 많은 나는 통일되지 않았다.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