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향노루가 제 향기에 미쳐 숲속 그늘을 달리듯 나는 달립니다 밤은 무르익은 오월의 밤, 미풍은 남녘의 미풍 나는 길을 잃고 헤매며 내가 얻을 수 없는 것을 찾고, 찾지 않는 것을 얻습니다
내 가슴에서 내 소망의 영상이 솟아나와 춤을 춥니다 빛나는 환상이 날아다닙니다 나는 그것을 꼭 잡으려는데 그것은 나를 빠져나가 내 길을 잃게 만듭니다 나는 얻을 수 없는 것을 찾고, 찾지 않는 것을 얻습니다.
- 『기탄잘리』, 김병익 역, 민음사, 1990.
R. 타고르(1861~1941)
인도 캘커타에서 태어남. 1887년 잡지『사다나』창간. 1912년 『기탄잘리』출간. 1913년 동양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1922년 <동아일보>에 『아시아의 등불』기고.
인도의 시인이며 철학자, 극작가, 작곡가이기도 한 R. 타고르의 연작시 중 하나입니다. 젊은 타고르의 청춘이 정열과 갈망으로 소용돌이치고 있습니다. 얻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소망은 찬란한 힘입니다. 폭발하는 꽃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생면부지의 현실을 손에 쥐고 있다면, 그것은 어쩌면 다른 사람이 애타게 찾고 있는 소망인지도 모릅니다. 우린 모두 제각기 ‘제 향기’에 미쳐 숲속을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길을 잃은 사람들이 가꿔낸 것이 바로 ‘오늘’이라는 꽃밭이 아닐런지요. 누군가의 소망이 나비처럼 꽃잎 위에 앉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