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처럼 새까만, 하나의 작은 세계인 트럭은 양철조각 위에서 끓는 커다란 기름방울처럼 사막을 뚫고 나갔다. 둥글고 이글거리고 눈이 부시게 밝은 태양은 그들의 머리 위에 높이 걸려 있었다. 그들 가운데 아무도 더 이상 땀을 닦으려고 들지 않았다. 아싸드는 셔츠를 머리 위에 덮고 다리를 꺾고 앉아서 아무런 저항도 없이 태양이 자신을 볶게 내버려두었다. 마르완은 머리를 아부 까이스의 어깨에 기대고 눈을 감았다. 아부 까이스는 무성한 회색 콧수염 밑의 입술을 굳게 다물고 길을 바라보았다. 네 사람 중에 그 누구도 더 이상 말을 하려 들지 않았다. 애를 쓰느라 기진맥진해졌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각자가 자기 생각에 빨려들어갔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거대한 트럭은 새로운 미지의 운명을 향해 커다란 문을 밀어젖히듯이 그들의 꿈, 가족, 희망과 포부, 곤궁과 절망, 힘과 나약함, 과거와 미래와 함께 그들을 길 위로 실어나르고 있었다. 모든 눈은 보이지 않는 실로 묶인 듯이 그 문의 표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 출처: 가싼 카나파니 지음/김종철·천지현 옮김,
『불볕 속의 사람들』(창작과비평사, 1996) 중에서
▶ 가싼 카나파니 약력
1936~1972. 팔레스타인 서북해안의 작은 항구인 아크리에서 태어남. 1948년 제1차 중동전쟁 때 조국을 떠난 이후 시리아와 쿠웨이트에서 교사와 언론인으로 일함.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ELP) 대변인 겸 기관지 <알-하다프>의 편집인으로 일하는 등 투사이자 이론가였음. 1972년 7월 부비트랩이 장치된 차량의 폭발로 사망. 저서로는 장편소설 5권, 단편집 5권, 희곡 2편 및 팔레스타인 문학에 관한 논문집 2권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