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별사 - 임동확 잘 가라 내 청춘 미친개들의 입에서 입으로 뺏고 빼앗기며 핥고 깨물어도 아직 삼켜지지 못한 뼈다귀 같은 슬픔뿐이어도 제대로 된 긴 전망 하나 없이도 끄떡없이 저 피의 세기를 건너왔느니 끝내 신원 될 기약조차 없이 생매장된 검은 기억의 꽃밭 위를 맴돌다가 금세 날아가 버린 나비처럼 나의 눈길은 저 언덕 너머 양떼구름을 쫓고 있느니 검고 윤기 나던 긴 머리칼 한번 뽐내지 못한 채 죄 없이 쥐어뜯다가 어느새 새하얗게 세어버린 청춘의 날들이여 잘 가라 그 어느 연대, 땅에선들 청춘의 날들은 억지로라도 괴롭고 힘들어하지 않았으랴 잘 가라 내 청춘 다가오는 날들이 결례 같은 죽음뿐 일지라도 무작정 떠밀려온 채 살아 애쓰는 여기가 나의 거점 그때 그 패배와 나락의 순간들이 없다면 이토록 깊고 서늘한 사랑의 완성을 꿈꿀 수 없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