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주머니 속 깊이 넣어 둔 뾰족한 돌멩이와 같다. 날카로운 모서리 때문에 당신은 이따금 그것을 꺼내 보게 될 것이다. 비록 자신이 원치 않을 때라도.
때로 그것이 너무 무거워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힘들 때는 가까운 친구에게 잠시 맡기기도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머니에서 그 돌멩이를 꺼내는 것이 더 쉬워지리라. 전처럼 무겁지도 않으리라.
이제 당신은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때로는 낯선 사람에게까지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당신은 돌멩이를 꺼내 보고 놀라게 되리라. 그것이 더 이상 상처를 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의 손길과 눈물로 그 모서리가 둥글어졌을 테니까.
장악하기 힘든 감정들이 있다. 질투·분노·절망·증오·무력감…, 이 폭발적인 감정들은 상처를 남긴다. 이 시에 상처를 치유하는 지혜가 있다. 상처를 직시하라. 그리고 상처와 친해져라. 가끔 가까운 사람의 주머니를 살펴볼 일이다. ‘슬픔의 돌’이 튀어나와 있다면, 그 돌을 며칠 쯤 맡아줄 일이다.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