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김광규(1941~ )
초등학생처럼 앳된 얼굴
다리 가느다란 여중생이
유진상가 의복 수선 코너에서
엉덩이에 짝 달라붙게
청바지를 고쳐 입었다
그리고 무릎이 나올 듯 말 듯
교복 치마를 짧게 줄여달란다
그렇다
몸이다
마음은 혼자 싹트지 못한다
몸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해마다 변함없이 아름다운
봄꽃들 피어난다
봄빛은 연한 알 같다. 신비롭다. 새로운 시간은 햇잎처럼 반짝인다. 봄에는 어린 소녀들이 바빠진다. 물총새보다 예쁜 그네들은 봄을 더 빨리 알아챈다. 내 맏딸도 문을 나설 때마다 옷매무새를 다듬는다. 좀 이르다 싶어도 빛깔이 고운 꽃잎무늬 치마를 꺼내 입었다. 겨우내 얼마나 근질근질했을까. 궁금했을까.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아. 봄은 안팎이 눈부시다.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