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을 아시는지요 그릇 따위의 가장자리, 사람으로 치면 저 변방의 농군이나 서생들 변죽 울리지 말라고 걸핏하면 무시하던 그 변죽을 이제 울려야겠군요 변죽 있으므로 복판도 있다는 걸 당신에게 알려줘야겠군요 그 중심도 실은 그릇의 일부 변죽 없는 그릇은 이미 그릇이 아니지요 당신, 아시는지요 당신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변죽, 당신을 가장 당신답게 하는 변죽, 당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변죽, 삼거웃 없는 마음을 중심에 두고 싶은, 변죽을 쳐도 울지 않는 복판을 가진 이 시대의 슬프고 아픈 변죽들을
가장자리를, 언저리를 가볍게 여기는 마음이 언제부터 우리에게 생겨났을까. 고약하다. 위와 아래가, 속과 겉이, 처음과 나중이, 다수와 소수가, 저택과 쪽방촌이, 어쩌다 이처럼 아니 볼 듯 갈라서게 되었을까. 양극(兩極)에 달하게 되었을까. 변죽이 없었으면 복판이 되지도 못했을 사람아, 이 시인의 뼈아픈 충고를 귀담아 들으시라.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