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빈대떡 참 좋아하셨지 메밀묵도 만두국도 일년에 한 두어 번 명절상에 오르면 손길 잦았던 어느 것 하나 차리지 못했네 배추된장국과 김치와 동치미 흰 쌀밥에 녹차 한 잔 내 올해는 무슨 생각이 들어 당신 돌아가신 정월 초사흘 아침밥상 겸상을 보는가 아들의 밥그릇 다 비워지도록 아버지의 밥그릇 그대로 남네 제가 좀 덜어 먹을게요 얘야 한 번은 정이 없단다 한 술 두 술 세 숟갈 학생부군 아버지의 밥그릇 아들의 몸에 다 들어오네 아들의 몸에 다 비우고 가시네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리워 아침 밥상 겸상을 손수 차린 아들이 여기 있다. 넉넉하지 않은 소박한 밥상을 차려, 없는 아버지를 밥상 맞은편에 모셨다. 어느 아들, 딸이 한 술의 밥조차 삼킬 수 있겠는가? 밥 식기 전에 어서 어서 먹으라던 생전의 아버지를 지금 내 눈 앞에 모셔 놓고서.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