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머신을 타고 - 양애경 비 젖은 길을 달려가니 갈색의 새 한 마리 바닥에서 필사적으로 기는데, 그러나 다친 너의 ‘필사적’은 자동차의 속도와는 너무 달라 아, 어쩌면 좋니 내 차는 벌써 5미터는 미끄러져 갔고 네 여린 날갯짓이 차 바닥을 치는 희미한 소리 미안해, 아가 미안해, 아가 벌써 차는 100미터는 지나갔겠네 뭉개진 작은 동물들의 시체가 차 옆, 차 앞, 길가에 즐비한데 한 마디 애도할 틈도 없이 차는 시속 60킬로미터로, 80킬로미터로, 110킬로미터로 달리네 이 별에서는 왜 이렇게 바쁠까 분주히 정신없이 달려도 그저 밥이나 먹을 뿐인데 모두들 저 예쁘고 가련한 것들을 짓이기며 야, 이 별은 왜 이렇게 바쁜 건지 잔인한 건지 본의가 아니었다고 중얼거려도 때는 늦었네 우리는 킬링머신을 모는 킬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