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신부와 신랑에게 - 이승하
웃음 터뜨리는 밤나무 꽃들
두 사람 위해 암내 한껏 풍기네
풀잎들 한낮에 푸르름 더해가고
풀벌레들 한밤에 짝 찾아 소리 지르네
산천초목 모두모두 씻은 얼굴로
하늘 향해 깨금발을 하고
땅속 깊이깊이 뿌리내리는 지금은
해가 빛살을 쏘아 보내는 5월이네
가장 아름다운 그대
5월의 신부와 신랑이여
신랑은 신부 향해 고개 수그리고
신부는 신랑 향해 손 내밀어라
그대들 손잡고 걸어가는 그 길이
순탄치 않다고 마다할 수 있으랴
먼 길이라고 돌아갈 수 있으랴
폭풍우 불면 길 문득 끊어지고
눈보라 치면 길 보이지 않을 것이다
5월의 신랑이여 길 끊어지면
신부 들쳐업고 폭풍우 맞으며 가라
영원한 신부여 길 보이지 않으면
신랑 부축하고 눈보라 뚫고서 가라
함께 가기에
세상의 가시밭길 죄다 평평해지고
머나먼 사막에는 비가 쏟아지리라
가장 빛나는 그대
5월의 신부와 신랑이여
덧없는 이 세상을
그대들이 나서서 황홀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