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 서있다 새벽 속에 서있다 도시 속에 서있다 이 도시의 도로 위에 새벽 속에 빗속에 나는 흔들리는 윤곽으로 젖고있다
흐르는 빗물 위에 나를 던진다 던져진 나는 핑계를 대다가 흘러간다 빗속에 어제 밤과 새벽이 흐른다 내 고향과 도시가 섞여 흐른다 경계를 지우는 것은 비가 아니다 나는 비를 던지지 못하지만 비는 나를 던진다 카페가 나를 던지고 사라진다 가로수가 친구들이 택시가 사라진다 마로니에공원이 사라지고 못 지킨 약속이 사라진다 한밤중 술 취해 전화하던 첫사랑이 사라진다 우울한 책상이 나를 던지고 사라진다 예매한 기차표가 내일이 사라진다
사라진 것들은 망연한 표정으로 나타난다 이 도로가 새벽이 내 윤곽이 빗속에 나타났다간 망연히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