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의 미학
양은순
미지의 창공 저 너머에서
사랑이 찾아온 날
우리는 차 한 잔
꽃 보며 마셨네.
그 후로 나는 홀로
봄이 가고
그대가 없어도
고운 단풍 보며
차 한 잔 마실 수 있었네
기다리라
그리움에 가슴 저린 사람아
언젠가
또 다시
사랑의 맹세도
언약의 봄도
미지의 창공 저 너머에서
찾아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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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 출생. 1979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 부산여류문인협회 회장. 부산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현재 부산여자대학에 출강.
이 시는 시인의 제7시집 ‘해탈의 차(茶)나무’에 수록된 작품이다. 차와 관련된 작품만으로 한권의 시집을 상재했을 만큼 전문 다도인 이기도 하다.
시인은 차가 자신의 일상이자 분신이라고 했다. 그런 차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인생을 배우고 삶을 일깨운다고도 했다. ‘차 한 잔의 미학’은 차가 꽃을 보는 여유와 그리움에 저린 가슴뿐만 아니라 미지의 세계를 기다리는 수행과 여유를 보여주고 있다.
‘사랑이 찾아온 날/ 우리는 차 한 잔/ 꽃 보며/ 마셨네.’ 4연 17행으로 짜여 진 이 시의 첫 연은 미지의 저 너머에서 찾아온 소중한 사랑 앞에 꽃 보며 ‘차 한 잔’으로 그 사랑을 맞이할 만큼 화자에 있어 차는 마음의 청정에 대한 최상의 지표가 곧 차임을 알 수 있다.
차는 만남과 작별 그리고 맹세와 언약 그 어느 것 속에도 불변의 믿음 그 신뢰와 열락의 상징으로 집약되고 있다.
이일기(시인. ‘문학예술’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