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 문태준 (1970~ )
눈매가 하얀 초승달을 닮았던 사람
내 광대뼈가 불거져 볼 수 없네
이지러지는 우물 속의 사람
불에 구운 돌처럼
보기만 해도 홧홧해지던 사람
그러나, 내 마음이 수초밭에
방개처럼 갇혀 이를 수 없네
마늘종처럼 깡마른 내 가슴에
까만 제비의 노랫소리만 왕진 올 뿐
뒤란으로 돌아앉은 장독대처럼
내 사랑 쓸쓸한 빈 독에서 우네
첫사랑! 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비록 노인이 되었다 할지라도 일 년에 한번쯤 첫사랑을 생각하면 서러운 인생도 서럽지 않다. 시인은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 '빈 독에서 운다'고 했으나, 그 울음소리는 종각 밑에 묻힌 항아리를 돌아 나와 울리는 종소리처럼 맑을 것이다.
정호승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