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풀 - 한영옥 (1950~ )
후회 없다
후회 없다
되뇌이는 목소리
기어코 끝이 갈라지는 사이사이로
굵은 눈물방울 뿌옇게 번져간다
어쩔 줄 모르는 후회의 분광(分光)이여
흩날리는 진주빛, 아슴한 춤이여
억새풀 빗자루, 몇 자루 엮어야
뿌연 눈물길 정갈히 쓸어갈까.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풀 갈래마다 가을햇살이 찬란하다. 한 여인이 억새풀로 빗자루를 엮어 길을 쓸며 간다. 눈물길이다.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비록 억새풀 빗자루를 수만 자루 엮는다 해도 사랑이 가득한 여인의 모습은 눈부시다.
정호승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