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 김영석(1945~ )아주 먼 옛날 가슴이 너무나 무겁고 답답하여 더는 참을 수 없게 된 한 사내가 밤낮으로 길을 내달려마침내 더는 나아갈 수 없는 길 끝에 이르렀습니다 그 길 끝에 사내는 무거운 짐을 모두 부렸습니다 그 뒤로 사람들은 길 끝에 이르러저마다 지니고 있던 짐을 부리기 시작하고 짐은 무겁게 쌓이고 쌓여 산이 되었습니다 이 세상 모든 길 끝에 높고 낮은 산들이 되었습니다---------------------------------------------------------산은 신만이 만든 게 아니라 때로는 인간도 만든다. 끝내 내려놓아야 할 인생의 무거운 짐이 결국 산이라면 누가 그 산을 찾아가겠는가. 그래도 감사한 것은 산은 다시 내려올 수 있기 때문에 산이다.정호승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