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를 이승과 저승, 길을 잇는 사자로 생각했다. 그래서 피라밋의 맨 윗방에 우상처럼 모셔놓았다. 그 고양이 왼쪽 귀에 금귀고리 매달고 있다. 왜 한 쪽 귀에만 반지처럼 귀고리를 걸었을까……. 누구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라는데.
길모퉁이 어디쯤에서 고양이 한 마리와 눈이 맞았다. 여자 말고는 아무것도 아닌, 그 여자 툇마루에 앉아 농담처럼 저 세상 기웃거리고 있었다. 마치 오래 굶주려 먹이를 노리던 고양이처럼 여자는 남자를 잡아챈다. 길 위에서 삶이 끝나버린 그 남자, 등이 굽어 그림자 뭉툭하다.
여자가 먼저 꼬리친다.고양이처럼 사뿐 뛰어올라 남자 목을 챙, 감는다. 그 남자 작정한 듯 힘껏 받아 안았을 때, 여자는 금세 눈치 챘던 거다.그가 별의 기운을 타고 태어난, 길의 화신이라는 것을. 맨살이 맨살집 속에서 평안하듯 배와 배가 만나 둥글어지는 세상 보았던 거다.
잠깐, 아주 잠깐만 남자의 가슴에 몰래 새들기 시작했다. 남자가 다시 길에 미쳐, 꽃향기에 환장해 방을 뛰쳐나갈 때 까지만.
그 여자 길 걷는 연습한다. 왔던 길로 돌아가는 연습.그러나 남자의 이름 부르지 않는다. 피라밋 속의 고양이처럼 입 꼭 다문 채 한쪽 귀에 금귀고리 매달았다. 성감이 빨간 그 여자, 꼼짝도 않고 툇마루에서 해를 넘는데. 이승에서 바라보는 해 참, 붉고 환장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