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이 서러운 것인 줄 봄밤에 안다 미루나무 꼭대기의 까치둥지 흔들어 대던 낮바람을 기억한다 위로 솟거나 아래로 고꾸라지지만 않을 뿐 바이킹처럼 완급하게 흔들리던 둥지 그것이 의지대로 살아지지 않는 삶이라고 의지 밖에서 흔들어대는 너 내 몸에 피어나던 목련꽃잎 뚝뚝 뜯어내며 기어이 바람으로 남을 채비를 한다 너는 언제나 취중에 있고 너는 언제나 상처에 열을 지피는 내 종기다 한때 이 밤, 꽃이 벙그는 소리에도 사랑을 하고 꽃이 지는 소리에도 사랑을 했었다 서러울 것도 없는 젊음의 맨몸이 서러웠고 간간이 구멍난 콘돔처럼 불안해서 더욱 사랑했다 목련나무는 잎을 밀어 올리며 꽃의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는 것일까 이 밤도 둥지는 여전히 위태롭고 더욱 슬퍼서 찬란한 밤 또 어디서 꽃잎 벙그는 소리 스르르, 붉은 낙관처럼 너는 또 종기에 근을 박고 바람으로 불어간다 꽃 진다, 내가 한고비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