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빚어진 사람 - 김선우월경 때가 가까워오면 내 몸에서 바다 냄새가 나네 깊은 우물 속에서 계수나무가 흘러나오고 사랑을 나눈 달팽이 한 쌍이 흘러나오고 재 될 날개 굽이치며 불새가 흘러나오고 내 속에서 흘러나온 것들의 발등엔 늘 조금씩 바다 비린내가 묻어 있네 무릎베개를 괴어주던 엄마의 몸냄새가 유독 물큰한 갯내음이던 밤마다 왜 그토록 조갈증을 내며 뒷산 아카시아 희디흰 꽃타래들이 흔들리곤 했는지 푸른 등을 반짝이던 사막의 물고기떼가 폭풍처럼 밤하늘로 헤엄쳐 오곤 했는지 알 것 같네 어머니는 물로 빚은 사람 가뭄이 심한 해가 오면 흰 무명에 붉은, 월경 자국 선명한 개짐으로 깃발을 만들어 기우제를 올렸다는 옛이야기를 알 것 같네 저의 몸에서 퍼올린 즙으로 비를 만든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들의 이야기 월경 때가 가까워오면 바다 냄새로 달이 가득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