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독은 거대한 짐승입니다. 위독한 사이 철학자가 되기도 하고 울부짖는 얼굴이 되기도 합니다. 숨겼던 진실을 각혈하듯 게워내기도 합니다. 위독한 자는 심연에 가 라앉은 고래가 되어 잠들지 않는 뇌로 우주를 명상하기도 합니다. 위 독하다는 소식이 짐승 한 마리로 먼 길을 밤 새워 왔을 때 나는 날 간 같은 영혼을 던져주려 했습니다. 살 몇 근 거뜬히 베어주려 했습니다.
일생에 몇 번 위독이란 짐승이 되었을 때 스스로의 살점을 녹여 뼈마디까지 드러나게 한답니다. 무엇을 지탱하기 위해 살가죽을 밀며 드러나는 뼈마디들인지 죄마저 끝까지 버티게 해주는 뼈마디의 의도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결국 죽음 속으로 무너져가면서도 왜 쉬 삭아 내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관속의 어둠을 견디는 뼈인지 후략의 말 뒤에 무엇을 덧보태고 싶은지 스스로 묻기도 한답니다.
멀리서 그대 위독이란 짐승이 되어 누워있습니다. 그대에게서 철철 쏟아져 내리는 마지막 말들이 자귀나무 뿌리를 적 셨는지 미루나무 뿌리를 적셨는지 창밖의 계절은 독 오른 듯 푸르다는데 그대 이제 이승의 살점 다 빠지고 뼈만 앙상해진 위독이란 짐승 사랑이고 그리움이고 다 말라가 피골이 상접한 짐승 그러나 지금은 본성이 살아나 밤하늘을 향해 우우 울부짖는 지상의 마지막 순결한 한 마리 짐승 나마저 화답해 우우 우는 밤이 산맥을 넘어 강을 건너 저렇게 성큼성큼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