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산이 내게 - 박해영
내 머리꼭대기에 올랐느냐
머리꼭대기에 오른 네 어깨가
우쭐거리느냐
흘러내린 바지춤 고이고
흙 묻은 두 손바닥 깨끗이 털고
이제
산 발치 웅크린
작고 작은 둥지
네 미망의 꿈을 보아라
네가 비틀거린 비탈과
네가 기어오른 봉우리와
네가 밟아 뭉갠 질경이
귓가에 조잘거리던 종달이와 휘파람새와 네가 모를 새
그리고 비척일 때 손 잡아준
네가 장차 잊을 나무들
어깨에 힘을 빼고
발 아래,
빠알간 양철지붕
소녀 가장의 눈물어린 꿈,
꿈 속의 어머니를 보아라
허리가 잘린 나무둥치와
허리가 잘린 나무둥치에 둥지를 튼
운지 버섯
그리고 운지 버섯을 간질이는
투명한 바람에
이제 그만 고개 숙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