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못 뜬 태아 적 깊은 배아의 꽃이었을 때 몇 겹이나 봄빛 노을로 얼굴을 들었으면, 그 모습 조용히 바라보며 그대 웃음 지었으면, 이다지 빨간 두 뺨을 만들었을까요
그대 몸 마지막 어둠 하나마저도 사루어 잠재운 순한 날들이 지나 꽃 진 뒤 이제 막 귀 열릴 때 숱한 새들의 발자국들을 모아 머리맡에 켜주었겠지요 바람 깃털을 세워 둑방을 쌓는 소리에 초롱한 눈망울 열리게 했겠지요
상처는 잠언처럼 드러나는 것 농약의 세례를 줄 때마다 아팠나요, 둥글게 말리는 지평선 아래로 떨군 그대 눈물이 여름내 폭우가 되어 뿌려 가열 찬 과즙으로 팽만한 살이 오르고 긴 나이테 하얀 속살을 장식하고 젖가슴 부풀리게 하는 동안 어쩌면 저 가을 강도 완성되는 조각품에 놀라워 기도의 팔을 들어 축복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