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에서 나는 기막힌 사랑을 보았지 막 퍼붓던 비가 어느덧 이슬비로 변하고 오솔길은 산책하기 알맞게 젖어 있었지 풀숲에서 거미가 이슬 다리를 놓고 있었지 내 발 밑으로 이슬 속 싹 틔운 행성이 구르고 또 구을르고, 그와 함께 무지갯빛 사색은 끝도 없이 둥둥 떠오르고 있었지 그러나 곧 오솔길의 飛翔은 죽음으로 바뀌었다네 내가 채 몇 걸음을 떼기도 전에 푸드덕대는 소리가 들려왔지 산비둘기가 공중으로 솟구치려는 순간 뱀이 비둘기의 목을 덮쳐버렸다네 끓어오르는 독액을 주체하지 못해 비둘기와 함께 날아오르며 일순간 공중에 똬리를 틀고 있었네 독이 퍼지는 몸은 나른한 듯, 허공에 무지개를 긋고 있었네 혀는 사랑의 말이 되지 못하고 하늘을 원망하며 차갑게 갈라지고 점점 옥죄는 꽃병처럼 그 안에 꽂힌 힘센 날개를 이슬비 내리는 허공에 쳐받들고 있었네